
2021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여름이었습니다.
공부에 제법 욕심이 많은 한 학생이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.
저현고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.
그 학생은 1학년 1학기 중간, 기말고사 두 번의 시험을 치르고 본인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름방학에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학원을 찾았습니다.
입학테스트를 치르고 상담을 하지만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의 학습능력을 다 판단 할 수 없기 때문에 저는 최근 3-4개월간 본인이 공부 했던 책과 노트를 모두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.
흔한 쎈부터 자이스토리를 거쳐 고쟁이 블랙라벨까지 7-8권의 문제집을 싸 들고 왔습니다.
몇 문제 풀다 말았을 꺼라 생각하고 책을 펼쳐봤는데, 놀랍게도 한문제도 빠짐없이 다 풀려있었습니다.
누가 봐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. 좋은 과외선생님에게 개념도 잘 배웠고, 문제도 충분히 풀었고, 오답도 잘 한 것 같았습니다.
과외를 그만두고 굳이 학원을 찾은 이유를 물었습니다.
첫 번째는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와서 마음이 힘들었다고 합니다.
두 번째는 선행을 안 해서 그 다음 학기 (구체적으로 2학년)가 두렵다고 합니다. 그러니 이번 방학에는 선행을 좀 많이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.
(저현고는 2학년 1학기에 수1,2를 병행하고 2학기에 미적분을 마치기 때문에 선행 부담이 많은 학교입니다.)
“ 너 이렇게 공부하고 성적이 어떻게 되니?”
“ 3등급 초반이에이요.”
“ 억울하겠네...”
그 학생은 억울해 했습니다.
왜 이렇게 많은 문제를 풀고도 점수가 안 나올까요? 단순히 머리의 문제는 아닙니다. 그 학생은 몇 마디의 대화만 나눠 봐도 상당히 논리적이고 똑똑한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.
학습량도 충분했고, 남은 문제는 공부 방법이었습니다.
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지나가는 것이 문제였습니다.
학생 본인은 그게 참 마음 불편했지만 문제집에 있는 문제 풀고, 틀린 문제 고친다음 더 어려운 다른 문제집 푸는 보통의 방법 말고는 방법이 없었지요.
“다른 이유가 더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, 일단 깊이 생각하고 파고드는 공부를 해야 한다.
파고드는 과정은 내가 만들어 주마.
문제집 다 버려라.
그리고, 선행은 아무 걱정 말아라.
지금 하는 것 제대로 하면 태어나서 처음 배워도 1등급 받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.
못 믿겠지만 일단 믿어봐라.”
어쩐지 그 학생은 해 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.
강렬한 욕망이 느껴졌습니다.

파고들고, 다시 생각하고, 다시 푸는 시간을 보냈습니다.
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지 이유를 찾아내는 연습을 했고, 고1 여름방학동안 선행진도는 수1을 겨우 마쳤습니다.
1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2등급 초반, 2학기 기말 합산 종합성적 7등으로 1등급을 받았습니다.
저는 학원을 옮기면서 그 학생에게 필요한 과정의 수업을 하지 않게 되었고, 그래서 그 학생과 저는 이별을 했습니다. 지금도 저현고 전교권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.
생각하고 풀어내는 방법을 알게 되는 일종의 깨우침이 있고 나면,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 갈 수 있습니다. 그 때 부터는 양으로 승부를 해도 좋습니다.
그러나 깨우침이 없는데 양으로 깨우침을 얻으려고 하면 얻어지지 않습니다.
얕은 수준의 선행학습의 반복으로 얻어지지 않습니다.
단언컨대, 결코 얻어지지 않습니다.
위 학생의 사례는 특별한 케이스가 아닙니다.
엄선된 문제로 깊이 있게 공부하면 가능합니다.
때로는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대체로 즐거울 것입니다.
설레지 않습니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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